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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리버풀-에버튼] 에버튼 머지사이드 더비의 전술적 패착 원인
병장 서현규 | 2017-04-02 16:41:39 | 964



짧고 강렬했던 A매치 기간이 끝나고 우리의 주말 저녁에는 유럽 축구가 돌아왔다. 프리미어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는 리버풀과 에버튼의 머지사이드 더비였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승점 3점을 얻어야만 하는 리버풀이 옆동네 에버튼을 안 필드로 불러들였다. 결과는 3-1승. 에버튼이 원정 경기에서 리버풀을 꺾기 힘들다는 사실은 15년이 지나도 같은 이야기였다. 

도대체 왜 에버튼은, 클롭의 리버풀에게 패배를 당해야만 했을까?

-백3와 유망주 카드로 이변을 원했던 에버튼



에버튼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쿠만 감독이 이번 리버풀 원정을 대비하여 꺼내든 카드는 백3와 유망주였다. 에버튼은 주로 백4 수비 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팀이다. 3-4-3, 3-4-2-1, 3-5-2등의 백3 포메이션을 꺼내든 적도 몇번 있었지만 이는 리그에서 불과 7-8번에 지나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경기 쿠만의 백3는 백4보다 조금 더 수비에 집중되어있는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또한 매튜 페닝턴과 칼버트-르윈, 그리고 메이슨 홀케이트와 같은 유망주들을 선발 출전시킨 것도 에버튼의 키포인트였다. 홀게이트와 칼버트-르윈은 이미 프로 무대에서 몇 번 본 얼굴들이었어도, 94년생의 페닝턴은 이번 머지사이드 더비가 첫 리그 데뷔전이었다. 콜먼의 부상 여파로 출전한 것이다. 기존의 백3에서는 홀게이트가 3명의 센터백 중 한 자리를 차지했었는데, 페닝턴이 들어옴으로써 홀게이트를 윙백으로 올려쓴 것이다.

-에버튼 공격 루트의 국한과 선수 지원의 미숙



에버튼의 공격 문제점 (좌)-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 (우)-중앙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


에버튼의 이번 경기 공격 형태는 위와 같았다.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은 포메이션 그대로 서되, 공격 라인에서는 바클리와 칼버트-르윈이 모두 중앙으로 좁혀 윙백 홀게이트와 베인스의 오버래핑 루트를 창출시켜줬다. 3-4-3의 측면 공격수 자리에 위치한 로스 바클리와 칼버트-르윈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를 주 포지션으로 삼는 중앙 지향적 선수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좋다. 구상과 접근법 자체는 좋다. 물론 훌륭한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는 시무스 콜먼 대신 더욱 수비적인 메이슨 홀게이트가 윙백으로 나선 것이 조금 흠이었지만, 그는 최대한 공격적 역할을 수행하려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후의 최대 문제점이라면, 이러한 공격 진영을 갖춘 상태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그리고 공격 라인 간 서로의 지원을 위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위 왼쪽 그림을 보라. 윙백 홀게이트를 통해 공격을 전개할 때 에버튼 선수들은 그의 롱 킥 능력에만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지 않은 채 간격을 벌리며 전방이나 페널티 박스 안으로 이동했다. 분명 이는 쿠만의 전술적 주문이었을 것이지만, 사실 선수들의 조합만 봐도 위 그림에서 홀게이트를 지원해준다는 사실이 힘든다는 것을 알 것이다. 바클리와 칼버트-르윈은 중앙으로 좁힌 상태이고, 게예와 데이비스는 양 측면을 오가며 볼을 간수해주고 운반해주는 유형의 미드필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센터백으로 데뷔전을 치르는 페닝턴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리가 없었다.



리버풀의 득점 장면 중 홀게이트가 볼을 탈취당할때의 상황



위는 리버풀의 세번째 득점 장면 중 홀게이트가 볼을 탈취당하는 상황을 캡쳐한 것이다. 페닝턴이 홀게이트에게 패스를 건네준 후의 장면이다. 에버튼은 측면을 통해 빌드업을 진행하려 했다. 그렇다면 백3 포메이션의 특성상 윙백이 볼을 잡을 때, 측면을 통해 빌드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한 선수가 사이드로 빠져주거나 지원을 나가줘야 한다. 에버튼은 그러지 못했다. 이 역할을 맡아야 하는 바클리와 칼버트-르윈은 모두 전방에서 중앙으로 좁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술적 측면을 볼 때, 리버풀의 세번째 득점 장면은 결코 홀게이트의 단순한 실책으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중앙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중앙으로 좁힌 '칼버트-르윈 - 루카쿠 - 바클리'라인은 상대 수비진에 봉쇄당하여 아무런 공격적 지원을 해주지 못했고, 수비 라인에서 즉석적으로 미드필더 라인에 관여하는 센터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이들의 공격 루트는 오버래핑을 올라온 양 윙백들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볼을 넘겨주면,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려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공격 루트가 국한되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으로 좁힌 에버튼의 공격 삼각편대는 무엇을 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루카쿠는 최전방에 고립됐고, 칼버트-르윈은 리버풀의 강한 압박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나마 바클리가 중요한 탈압박을 몇 차례 해줬기에 에버튼의 공격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 문제점을 안 쿠만 감독은 후반전이 되자 공격 라인의 간격을 조금씩 넓히기 시작했다. 

애버튼은 3-4-3 포메이션으로써 가장 중요한 것을 수행하지 못했다.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그리고 공격 라인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다. 3열 포메이션이고,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둔 대형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즉석적인 보완과 지원이 필요했다. 첼시에서는 아자르가 빌드업 상황에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토트넘에서는 양 센터백 베르통헌과 다이어가 중앙 미드필더와 같은 패스맵을 그려냈다. 하지만 에버튼에서는 그럴 선수들이 없었다.

-전술적으로 잘 준비한 수비 형태. 그러나 그 다음 단계에서 실패하다.



에버튼의 수비 시작시 형태와 그 문제점(좌), 그리고 이상적인 방안(우)


리버풀이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 그러니까 에버튼이 수비를 시작할 때 그들은 위 그림과 같은 형태를 취했다. 5-2-3과 같은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최전방의 칼버트-르윈, 루카쿠, 바클리는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하진 않되 철저하게 수비수들의 패스 루트를 차단했다. 그리고 그 밑선의 게예와 데이비스가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의 사이를 맡았는데, 여기서 에버튼의 문제가 터졌다.

게예와 데이비스가 커버할 중원 2선 공간이 너무 넓은 것이었다. 원래의 이상적 방안이라면 리버풀의 빌드업이 전개됨에 따라 에버튼이 5-2-3에서 5-4-1로 전환함으로써 칼버트-르윈과 바클리가 게예와 데이비스를 도와줄 수도 있었고, 또는 양 센터백 윌리엄스와 페닝턴이 더욱 스토퍼적인 성향을 취해 게예와 데이비스 옆 공간에서 볼을 받는 선수들을 수비할 수도 있었다. 이것이 전술한 각 라인 간 유기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에버튼은 이것을 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게예와 데이비스라는 두 명의 선수만으로 중원 공간을 모두 커버해야 했고, 리버풀은 공격진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 점을 공략해나갔다. 



에버튼의 수비 단계 돌입시 형태


에버튼의 수비 형태 접근법은 상당히 좋았다. 칼버트-르윈과 바클리를 양 사이드로 넓히는 5-4-1 포메이션이 아닌, 상당히 중앙 쪽으로 배치시키면서 데이비스-게예와 직사각형 형태를 형성하도록 했다. 리버풀이 대부분의 공격 자원들을 중앙에 투입시킨다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의도였다. 그들은 4-5명의 선수들을 공격시 중앙에 배치시킴으로써 게겐 프레싱과 볼 점유율을 유지해나가는 전술을 사용하는 팀이다. 그리고 측면은 매우 왕성한 활동량을 보유하고 있는 윙백들에게 맡겼다. 

여기서 에버튼에게 중요한 점은 크게 2가지로 손꼽을 수 있겠다. 첫째는 '칼버트-르윈 - 게예 - 데이비스 - 바클리'로 형성되어있는 중원 직사각형 형태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리버풀의 중앙 공격 자원들을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양 윙백들이 오버래핑을 올라오는 상대 밀너와 클라인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에버튼의 두번째 골 실점 장면


하지만 에버튼은 위 중요한 점들을 지키지 못했다. 이들의 두번째 실점 장면을 보자. 쿠티뉴가 볼을 받을 때 그의 주위에는 광범위한 공간이 펼쳐졌다. 왜 에버튼은 이러한 공간을 허용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원 직사각형 라인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지 못한 채 너무 좁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른쪽 윙백 홀게이트는 오버래핑을 올라오는 밀너를 잡아야 했기 때문에 함부러 나올 수가 없었고, 페닝턴 역시 자칫하면 바이날둠에게 뒷공간을 허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야 했다. 

매우 광범위한 공간에서 볼을 받은 쿠티뉴는 자유롭게 드리블을 칠 수 있었고, 그것은 결국 그의 환상적인 득점으로 연결했다. 만약 중원 직사각형 라인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쿠티뉴를 제어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바클리가 쿠티뉴를 통제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리버풀은 이번 3-1승리로 3위에 진입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경쟁 팀들이 리버풀보다 1-2경기를 덜 치렀지만) 경우에 따라 충분히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이어갔다. 그리고 에버튼은 이번 경기를 끝으로 다시 재정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도 최종적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팀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끝 이 두 팀의 운명을 어떻게 될까. 그리고 쿠만과 클롭은 다음 시즌에도 이 무대에 남을 수 있을까? 모두가 힘들어했던 16-17시즌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