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
전자서명란
서명초기화
확인

스킵 네비게이션


커뮤니티

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토트넘-사우스햄튼] 손흥민이 토트넘 백3의 공격수로 나아가야 할 길
병장 서현규 | 2017-03-20 23:33:57 | 1046


'해리 케인', '토트넘 백3'. 최근 손흥민의 토트넘 거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는 요소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기존 백4 체제에서 이번 시즌 백3 시스템으로 바꾼 결과이다. 토트넘의 3-4-2-1 포메이션 전환은 애석하게도 대 성공적. 손흥민이 빠진 선발 11명의 선수들은 모두 자신들의 스타일에 가장 알맞은 제자리를 찾았다. 정말 딱 어울린다. 손흥민의 처지가 더욱 애매해졌다.

하지만 그런 손흥민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결장하여 이번 사우스햄튼전에서 백3의 스트라이커 자리에 배치된 것이다. 결과는 2-1 승리.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경기를 능숙하게 잘 풀어나갔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손흥민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75분이었을 것이다. 손흥민은 어떻게, 토트넘 백3의 스트라이커로 나아가야 할까?

-토트넘의 3-4-2-1과 손흥민



토트넘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토트넘은 이번 경기 2자리를 제외하고서 베스트 라인업으로 나섰다. 부상당한 대니 로즈와 해리 케인 대신 벤 데이비스와 손흥민이 그 자리를 메꿨다. 이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은 모두 전술했듯 토트넘의 3-4-2-1에 가장 알맞은 케릭터를 가진 선수들이다. 패싱에 매우 능한 베르통헌과 다이어는 유기적으로 공격 상황에 참여했고, 워커는 계속해서 공격 진영을 넘나들었다. 그리고 뎀벨레와 완야마는 둘이서 중원을 꽉 잡았고, 알리와 에릭센은 중앙으로 좁혀 상대 수비를 계속 괴롭혔다. 

-토트넘의 공격 형태, 그리고 알리와 손흥민의 관계



이번 경기 토트넘의 공격 형태


토트넘은 위 그림과 같이 이번 경기 공격 형태를 구축했다. 베르통헌과 다이어는 공격시 페너트레이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우 높게 전진했다. 그리고 알리와 에릭센은 기본적으로 공격 지역의 넓은 구간을 커버하되, 에릭센은 상당히 밑선으로 처져 낮은 지역에서의 빌드업을 도와줬고 알리는 손흥민의 바로 아랫선에서 활동하며 스트라이커 자리를 보좌해주었다. 양 윙백 데이비스와 워커는 알리와 에릭센의 위치에 따라 공격 진영을 오갔다.

여기서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점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빌드업 시 중원 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다. 토트넘이 사용하는 3-4-2-1 포메이션의 경우, 전방 공격 2선의 선수들이 모두 골에 치중할 때 중원에서의 수적 불리함이 발생하게 된다. (중앙 미드필더가 단 2명이기 때문.)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알리를 손흥민의 바로 밑선으로 붙이는 대신, 빌드업 시 에릭센을 내려 미드필더 진영에서부터 공격 진영까지의 볼 운반/연결 고리 역할에 많은 신경을 쓰게 하였고, 베르통헌과 다이어도 상대 진영에서의 패스에 많은 자유도를 가져가게 하였다.



베르통헌과 다이어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이로써 토트넘은 빌드업/공격 전개시 중원에 4~5명의 선수들을 배치하게 되었다. 에릭센은 공의 흐름에 따라 미드필더 진영과 윗선을 넘나들었다. 그리고 매우 탄탄한 중원 조합인 뎀벨레와 완야마는 에릭센이 윗선에 위치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공격 상황에서 수비 상황으로 바로 넘어갈 때 중원에서 2명의 선수만으로 성공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둘째는 알리와 손흥민의 위치적 관계이다. 전술했듯 포체티노 감독은 알리를 공격 진영의 전체적인 구역을 담당하게 하되, 페너트레이션 단계에 돌입할 때면 손흥민의 밑선으로 붙여썼다. 그 이유를 알려면 손흥민의 개인적 장/단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뛰어난 슈팅력과 양발의 능숙함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페널티 박스 안 어느 위치든 가리지 않고 골을 넣을 수 있다. 외곽이나 바깥에서도 바로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 골을 잘 넣을 수 있는 공격수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좁은 공간에서의 미숙함과 자연스럽지 않은 공격 연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발재간을 지니거나 창의적인 패싱력을 갖춘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의 탈압박이나 상대 수비를 등지고 연계하는데 많은 부족함을 겪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장/단점들을 종합해 봤을 때, 결과적으로 손흥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슈팅을 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그는 볼을 가진 상태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볼이 없는 상황에서 페널티 박스 안/주변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 그곳에서 그의 최대 강점인 슈팅을 시도해내야 한다. 이 '빈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면 손흥민 그 자체의 오프 더 볼 움직임과 팀 전술의 공격적 움직임, 그리고 동료 선수들의 공간 창출 요소들이 복합되어 나타나야 한다.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팀 전술의 차원에서 손흥민을 하프 스페이스 구역에 배치하거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롤을 맡기는 등, 그간 여러 가지 시도들을 끊임없이 반복해왔었다.     



델레 알리의 위치에 대한 손흥민의 전술적 이점


그리고 이번에는 알리를 손흥민 밑선에 배치시켰다. 위 그림과 같이 알리가 손흥민 주변에서 플레이하는 구도가 펼쳐지니, 최종적으로 상대 스트라이커를 수비하는 센터백들이 알리에게 분산되어 손흥민에게 아주 적은 공간이라도 창출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손흥민이 밑선으로 내려가 볼을 받아줘야 하는 상황(단점-연계)은 알리가 손흥민에게 빈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줘야 할 장면으로 바뀌었다.(장점-공간 창출) (위 왼쪽 그림 참고) 그리고 페널티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는 알리가 스트라이커 자리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손흥민이 빈 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위 오른쪽 그림 참고) 알리가 지난 첼시전에서 득점한 2골을 생각해 본다면 그의 페널티 박스 안 영향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감안할 수 있을 것이다. 


-손흥민이 토트넘 백3의 스트라이커로써 나아가야 할 방향

현실적으로, 손흥민의 기량이 급작스럽게 극대화 되지 않는 한 토트넘 백3의 3톱은 에릭센, 알리, 케인의 몫이 될 것이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 명단에 큰 변수가 없는 이상은 포체티노 감독이 굳이 백3 카드를 쓰지 않을 이유도 없을 것이고, 백3를 쓴다면 에릭센, 알리, 케인을 공격에 두는 것이 전술적으로 알맞은 선택이기도 하다. 손흥민을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리라면 당연 케인의 스트라이커 자리가 되겠다.

하지만 손흥민이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 해리 케인을 뛰어넘어 그의 주전 자리를 박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라 생각한다. 때문에 그가 토트넘 백3의 스트라이커로써 나아가야 할 방향은 케인을 뛰어넘는 것이 아닌, 포체티노 감독에게 또 다른 전술적 옵션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그만의 장/단점이 매우 극명한 선수이다. 분명 케인보다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있다. 때문에 손흥민은 충분히 백3의 또 다른 전술 옵션이 되어줄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계속 오늘처럼 뛴다면, 조만간 손흥민은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힘들게 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손흥민의 전술적 옵션


그래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손흥민의 전술적 옵션이 바로 위 그림이다. 손흥민을 매우 측면 지향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전술했듯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도 바로 골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다. 때문에 그가 측면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볼을 잡을 경우 패스와 슈팅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시에 양 윙백들의 오버래핑 부담도 덜어줄 수 있고 중앙의 알리와 에릭센에게 공간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측면은 중앙에 비해 압박이 약한 자리이기 때문에 손흥민 기용에 대한 최종적 문제인 '공간 창출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손흥민은 본래 윙어에 매우 적합한 선수이다. 측면은 그에게 매우 익숙한 지역이다.

손흥민이 이러한 전술적 옵션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면 지금보다 활동량과 공격 연계의 면에서 더욱 발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를 뒤흔들어놓는 동시에 공격의 연결 고리가 되어줘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인 두뇌를 갖춘다면, 볼을 잡은 상황에서 슈팅과 패싱이라는 두 가지 위협적인 무기를 모두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무조건 이렇게 기용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손흥민이 토트넘 백3의 공격수로써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기존 주전 선수들과 전술적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손흥민이 맡은 역할은 케인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손흥민 개인으로도, 포체티노의 머릿속으로도 케인의 부상 공백과 손흥민의 활용 방안은 앞으로도 큰 숙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