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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맨시티] 펩의 맨시티를 꺾은 자르딤의 수
병장 서현규 | 2017-03-16 23:35:08 | 1086



챔피언스리그의 왕좌 자리를 매 시즌마다 위협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16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시즌 그가 이끈 팀은 맨체스터 시티. 레으나르도 자르딤 감독이 이끄는 모나코와의 결전 끝에 패배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탈락한지라 펩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맨시티의 16강 탈락 원인을 손꼽으라면 크게 2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지난 1차전에서 보여준 수비 집중력 문제이고, 둘째는 이번 2차전에서 자르딤의 전략에 대해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2차전에서 과르디올라는 자르딤의 맨시티 대응책에 대하여 후반전에 들어서자 응수했다. 

- 4-4-2 모나코와 4-3-3 맨시티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양 팀 모두 이번 경기를 대비하여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모나코는 1차전에 선발로 나선 카밀 글리크가 징계로 결장하면서 제메르송이 그 자리를 메꿨고, 팔카오의 부상으로 음바페가 맨시티와의 두 번째 일전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한편 맨시티는 베스트 라인업이었다. 다만 필드 플레이어 쪽에 조금 변화를 준 점이라면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투레대신 페르난지뉴가 나섰다는 것이었다. 1차전에서 승리도 거뒀고, 2차전이 프랑스 원정이니만큼 수비에 무게를 두기 위해서였다.  

-맨시티의 중원을 완전히 봉쇄한 모나코



맨시티 빌드업 시 모나코의 대처


맨시티가 전반전에 경기의 모든 주도권을 모나코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르딤의 선수들이 중원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맨시티는 수비 진영에서부터 정교한 빌드업을 만들어가는 팀이다. 수비 라인 바로 앞선에 있는 페르난지뉴가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고, 양 윙백이 넓게 벌려 오버래핑을 나가거나 측면에서 볼을 받기 위해 적절한 포지셔닝을 취한다. 그리고 실바와 데 브루잉이 넓은 활동 반경을 바탕으로 수비진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앞선으로 운반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모나코는 맨시티의 이러한 빌드업 형태를 공략했다.

맨시티의 초반 빌드업 상황, 그러니까 두 센터백과 페르난지뉴, 골키퍼 3-4명의 선수가 밑선에서 볼을 공유하고 있을 때 모나코의 2톱 음바페와 제르망이 그들을 흔들었다. 그리고 홈팀의 중앙 미드필더인 바카요코와 파비뉴가 맨시티의 빌드업을 돕기 위해 내려가는 실바와 데 브루잉을 집중적으로 수비했다. 이들이 맨시티 골문을 바라보며 볼을 받을 때 뒤에서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이다. 때문에 맨시티는 실바와 데 브루잉 선에서 앞으로 전진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건너뛰어 전방의 아구에로에게 다이렉트로 패스를 배급하자니 센터백 라지와 제메르송이 그를 마킹하고 있었다. 

맨시티의 빌드업 상황에서 실바와 데 브루잉이 봉쇄당해 그들이 경기를 망쳐버린 전례는 이미 지난 에버튼전 4-0 패배가 있었다. 당시 경기에서는 에버튼의 배리와 톰 데이비스가 이번 모나코의 바카요코-파비뉴 역할을 수행했다.  



실바, 데 브루잉의 전/후반 패스맵 비교 (c)squawka.com


때문에 맨시티가 당장 전반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양 윙어들을 빌드업 상황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담시킬 필요가 있었다. '콜라로프 - 페르난지뉴 - 스톤즈'로 이뤄져 있는 빌드업 라인이 아무리 측면에 위치한 사냐와 클리시에게 볼을 전개한다 한들, 이들과 앞선 윙어들의 간격이 매우 넓다면 볼은 결국 중앙의 데 브루잉과 실바에게 가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후반전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택한 대응책은 다비드 실바를 공격 1.5선 - 모나코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 - 으로 전진시키는 것이었다. 모나코가 이미 전반전에서 2골을 득점했기 때문에 상당히 밑선으로 처졌고, 다비드 실바를 파비뉴 앞이 아닌 뒤에 배치함으로써 자르딤의 주문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모나코의 센터백 라지와 제메르송에게 집중 견제당했던 아구에로를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려는 까닭도 있었다.



후반전 과르디올라의 실바 전진 응수



다비드 실바의 전/후반 히트맵 비교 (c)squawka.com


과르디올라의 대응책은 공격을 전개하는 측면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갖고 왔다. 실바는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에서 적절한 위치 선정을 가져갔고, 모나코의 수비 진영이 쳐지니 페르난지뉴가 밑선에서 볼을 오래 소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톤즈와 페르난지뉴로부터 공격 1.5선에 위치한 실바에게 패스가 원활하게 공급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실바가 아구에로를 직접적으로 보좌해주면서 스트라이커 자리도 살아날 수 있었다. 이날 맨시티가 시도한 6번의 슈팅은 모두 후반전에 기록된 것이었다.

-맨시티 수비를 깨부쉈던 모나코의 날카로운 공격



모나코의 이번 경기 공격 형태


오늘 총 3골을 뽑아낸 모나코의 공격 형태는 위와 같았다. 음바페-제르망 2톱은 지난 1차전에 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되, 왼쪽의 르마가 좁은 중앙까지 좁혀 볼을 받았다. 그리고 오른쪽의 베르나르도 실바는 넓은 측면에서 볼을 잡되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드리블을 계속 시도했다. 여기서 왼쪽 윙백 멘디는 르마의 위치에 따라 오버래핑을 나섰고, 시디베는 실바가 볼을 몰고 중앙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터치라인을 따라 올라왔다. 모나코의 윙백들은 수비 진영에서 한 번에 공격 진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선수들이었다.

맨시티가 이러한 모나코의 공격에 있어 대처하지 못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베르나르도 실바가 볼을 잡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올 때, 그를 조직적 압박으로 저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바는 모나코가 시도한 총 20번의 드리블 중 6번을 맡았다. 팀 내 최다 드리블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88%라는 11명의 선발 라인업 중 2번째로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해냈다.



토마스 르마와 베르나르도 실바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둘째는 시디베와 멘디의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맨시티 윙어들이 커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미 소개했지만, 모나코의 윙백들은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을 만큼의 폭발력과 활동력, 그리고 영리한 위치 선정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때문에 맨시티 윙어들에게는 그에 따른 수비 가담도 필요했는데, 그들은 이 윙백들을 제어하지 못했다. 모나코의 두 번째 득점 장면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개인적으로 맨시티의 수비 라인이 제르망과 음바페를 막아서는데 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 두 가지 문제점과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의 집중력 미숙, 그리고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의 수비력 미달로 인해 3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2년 만에 이뤄낸 자르딤 감독과 모나코의 챔피언스리그 8강행. 그때의 모나코와 지금의 모나코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더욱 화끈하고 패기 있는 색깔을 갖췄다.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를 꺾은 이들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자르딤 감독과 젊은 선수들의 또 다른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