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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맨유] 퇴장 앞에서 무너져버린 무리뉴의 90분 쇼
병장 서현규 | 2017-03-15 04:32:42 | 966




첼시가 맨유를 꺾으며 FA컵 4강 자리에 안착했다. 리그에서 보여준 무서운 저력이 FA컵에서까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우승을 모두 이뤄내는 '더블'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첼시다. 이들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축구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반면 패배한 무리뉴의 맨유는 아쉽다. 매우 아쉽다. 리그에서의 지난 4-0 패배 이후 복수를 꿈꾸며 런던에 다시 찾아온 무리뉴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4-0에서 1-0으로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에레라의 퇴장 때문이다. 무리뉴는 이번 경기를 정말로 잘 대비했다. 경기 시작 35분 만에 주심의 손에서 레드카드가 나오지 않았다면, 맨유가 후반전에도 11명의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백3 vs 백3.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온 복수자 무리뉴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백3 첼시를 상대하기 위해 무리뉴가 들고 나온 맞춤형 전술은 그와 같은 3-4-3 포메이션이었다. 그간 우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백3의 첼시를 상대하기 위해 맞춤형 전술로 같은 백3를 들고 나온 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맨시티, 스토크, 토트넘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이 첼시를 상대로 같은 백3를 들고 나온 가장 큰 이유로는 알론소와 모제스를 저지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아자르와 페드로가 중앙으로 좁히고, 센터백 3명이 후방을 지키는 상황에서 알론소와 모제스가 넓은 측면으로 올라가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폭넓은 수비를 할 수 있는 백3를 들고 나온 것이다. (백3는 곧 백5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핵심은 여분의 백3와 빠듯한 1대 1 마킹. 그리고 미키타리안



맨유의 수비 형태


위 링크인 '[웨스트 햄-첼시] 첼시의 백3는 계속 진화한다.'글을 읽으면 알겠지만, 첼시의 공격 방식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방 3톱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밑선으로 내려와 공격 전개나 빌드업 상황에 끊임없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그 빈도는 무리뉴 시절 때에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아자르에게 가장 높게 나타났다. 3톱 중 1-2명의 선수가 밑선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양 윙백 모제스와 알론소가 매우 높은 위치까지 오버래핑 하여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다.

이것을 수비하기 위해 필 존스와 애슐리 영이 최후방 라인에 투입됐다. 이날 맨유는 수비시 백6를 유지하며 6-2-2와 같은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여기서 가장 측면에 있는 영과 발렌시아가 폭넓은 위치를 가져가는 모제스와 알론소를 수비했고 (영은 반 할 시절에 윙백으로 뛸 만큼 수비력이 있는 선수. 또한 맨유는 백6이기 때문에 폭넓은 위치를 가져가는 알론소와 모제스를 수비하는데 간격이 벌어질 부담이 없음), 존스가 아자르를 철저히 마킹했다. 아자르가 밑선으로 내려와 첼시 골문을 바라보며 볼을 잡을 때, 순간적으로 존스가 아자르를 뒤에서 압박해내며 첼시의 공격 전개를 저지했다.  


에당 아자르와 필 존스의 이번 경기 히트맵 (c)whoscored.com


이 3명이 상대 공격의 핵심 자원을 마킹해낼때, 다르미안, 로호, 스몰링 남은 3명의 수비수는 상대 페드로와 코스타의 2톱을 막았다. 상대 2톱을 3명의 수비수로 막아낸다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수비 형태다. 여기서 페드로, 코스타가 추가적으로 아자르와 같은 역할을 맡기 위해 밑선으로 내려간다면 맨유 백3의 수비수 중 하나도 이들을 마킹하며 따라갔다. 



맨유의 공격 형태


반면 공격시에는 오른쪽의 미키타리안에게 프리롤을 부여했다. 발렌시아가 오른쪽 높은 위치로 전진하며, 미키타리안이 왼쪽 측면으로 넘어오면서 주로 한쪽 측면에 치우치는 공격을 전개했다. (맨유는 이날 왼쪽으로 49%, 중앙으로 19%, 오른쪽으로 32%씩 공격을 전개했다) 

맨유가 이러한 공격을 전개한 까닭은 크게 3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첼시 3-4-3의 구조적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서이다. 3-4-3 포메이션은 중원에 2명의 선수밖에 배치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비시에는 공격 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중원에 가담을 해줘야 하는데, 첼시의 최전방 라인은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이다. 수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밑선에 가담해주는 캐릭터의 공격수들이 아니다. 

때문에 중원에 영향력이 매우 높은 캉테와 마티치를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미키타리안에게 프리롤을 부여함으로써, 왼쪽으로 넘어와 중원에 3:2의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다. 미키타리안은 왼쪽 측면에서 좁게 활동하되, 영은 폭넓은 위치를 선점했다. 그리고 래쉬포드는 빠른 발을 이용하여 상대 뒷공간을 계속 노렸다. 오른쪽 측면에는 폭발력이 좋은 발렌시아를 높게 배치하여 그를 이용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전술도 활용했다.



미키타리안의 이번 경기 히트맵 (c)whoscored.com


또한 최후방에서는 다르미안-로호-스몰링-존스로 이뤄져 있는 백4 라인이 상대 3톱을 상대했다. 물론 여기서는 다르미안과 존스가 꽤 빈도 높은 공격 가담을 나서기도 하고, 아자르와 페드로가 때때로 수비 가담을 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맨유의 4:3 수적 우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리뉴의 구상 자체는 이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레라의 퇴장으로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 구상. 그리고 무리뉴가 끝까지 믿었던 이유



맨유의 에레라 퇴장 후 변화


35분 맨유에겐 지옥 같은 에레라의 퇴장이 선언되자 무리뉴 감독은 미키타리안을 빼고 펠라이니를 투입시켰다. 영과 발렌시아는 백6 수비 라인의 일원이고, 포그바야 당연히 에레라가 퇴장 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교체될 일이 없었고, 래쉬포드는 언제나 한 방이 있는 공격수였기 때문에 레드카드로 인한 희생은 미키타리안이 치러야 할 수밖에 없었다. 

펠라이니가 투입되자 맨유는 수비시 6-2-1 포메이션을 가져갔다. 포그바와 펠라이니가 중원을 맡고 래쉬포드가 혼자 최전방에 섰다. 기본적으로 수비 라인에 6명의 선수들이 배치되고, 마킹과 지역 수비가 적절히 혼합되었기 때문에 첼시가 맨유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볼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맨유가 수비를 정말 잘 해냈다. 하지만 문제는 박스 바깥, 맨유의 수비수들이 후방에 치중되어 전방의 선수가 없으니 첼시의 미드필더 진영 쪽에서 골이 터진 것이다. 캉테의 환상적인 골이었다. 이 득점을 단순한 맨유의 실책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원정팀이 11명으로 싸웠다면 어느 한 선수가 캉테의 슈팅을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골을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뉴가 80분 지점까지 경기를 매우 수비적으로 운영했던 까닭은 선수들에게 기댈 수 있는 한 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스트라이커는 즐라탄이 아닌 발 빠른 래쉬포드다. 그는 1대 1돌파에 매우 영리하면서도 혼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다. 그리고 실제로도 골 바로 직전의 장면까지 만들어냈다. 펠라이니는 세트피스나 공중볼 상황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고, 포그바는 중거리 슛의 대가이다. 상대 실수를 유발하여 허점을 찌르는 것이 무리뉴가 가장 잘하는 축구이고, 또 맨유 선수들이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다. 굳이 강팀 첼시를 상대로 빠르게 공격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디펜딩 챔피언 맨유의 FA컵 도전기는 8강에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슬슬 다시 맨유의 면모를 찾아가는 듯 하다. 무리뉴의 시대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콩테의 첼시도 발 빠르게 우승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PL 베테랑' 무리뉴와, 돌풍의 'EPL 새내기' 콩테의 향후 행방은 어떻게 될까? 벌써부터 그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