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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레알] 최강 레알 마드리드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나폴리 사리 감독의 전술
병장 서현규 | 2017-03-15 04:27:00 | 1063

매우 치열했던 레알 마드리드와 나폴리간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80분 경기가 막을 내렸다. 1, 2차전의 결과는 스코어와 승리팀 모두 같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두 경기 모두 3-1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합계 6-2 스코어로 나폴리를 누르고 8강 무대로 넘어서게 되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빅이어의 주인공 다운 결과였다.

하지만 이 180분 경기에서는 승자 레알 마드리드뿐만이 아니라 패자 나폴리도 빛났다. 비록 이들은 두 번의 일전에서 모두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과정론적으로 따져볼 때는 충분히 훌륭한 경기력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둘의 180분 경기를 모두 본 사람만 안다. 사리 감독이 경기 준비를 얼마나 많이 했고, 상대를 몰아쳤는지를. 특히나 2차전 전반 45분만은 나폴리가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1차전과 비슷했던 나폴리의 경기 준비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2차전에서의 나폴리는 1차전과 비슷하게 경기를 접근했다. 매우 유기적으로 이뤄진 4-3-3 시스템을 유지하고, 높은 수비 라인과 앞선에서의 강력한 압박을 강행했다. 다만 홈구장 산 파울로에서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 빈도와 밀도가 더욱 높았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오른쪽 가레스 베일의 복귀와 함께 챔피언스리그에서 오랜만의 BBC 라인을 들고 나왔다. 수비 라인에 라파엘 바란이 결장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선발 라인업 모두 충분히 차질 없이 꾸려졌다고 볼 수 있었다. 바란의 결장으로 나선 페페는 매우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며 팀의 3-1승리를 이끌었지만, 오랜만에 이 대회에서 제가동된 BBC 공격 라인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은 팀이 성공시킨 3골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나폴리의 강력한 전방 압박과 높은 수비 라인. 그리고 이것에 완전히 휘말려든 레알 마드리드 

전술했듯 이날 나폴리의 경기 색채는 명확했다. 높은 수비 라인과 강력한 전방 압박, 그리고 매우 유기적인 4-3-3 시스템 아래 모든 선수들이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전반전 동안 어마어마한 서포터들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를 집어삼켰다. 전반전만 볼 때는 슈팅 숫자, 유효 슈팅, 패스 성공률, 찬스 메이킹, 크로스 횟수, 코너킥, 뛴 거리의 모든 면에서 상대보다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몇몇은 압도적인 차이었다.  



나폴리의 높은 수비 라인과 전방 압박 형식


이날 나폴리는 매우 높은 수비 라인을 형성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때는 하프라인 부근인 약 44~49m 지점까지 센터백들을 전진시켰고, 상대가 미들 써드지역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면 약 30m 부근에 라인을 만들어냈다. 오른쪽 베일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나폴리의 이러한 높은 수비 라인을 공략하는 것이었는데, 그는 이 역할을 경기 내내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68분 바스케스와의 팀 내 첫 번째 교체자가 되어야 했다.

나폴리는 이러한 높은 수비 라인을 기반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몰아쳤다. 전방 압박시에는 4-3-3 포메이션과 4-4-2 대형을 혼용하며 수비를 진행했다. 수비 라인 3-4명은 44~49m 지점에서 상대 BBC 라인을 상대했고, 전방 6~7명의 선수들은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을 괴롭혔다. 

이들이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에게 롱 볼을 유도해냈을 경우, 상대 공격수가 케일러 나바스 쪽을 바라보며 볼을 잡을 때 나폴리의 수비수는 그를 재빠르게 압박했다. 그리고 앞선의 미드필더 라인이 복귀하여 수비 진영을 갖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수비로 복귀하는 나폴리 미드필더 라인이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보다 더욱 빠르게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볼을 소유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를 앞뒤로 수비하여 볼을 탈취해낸다. 이것은 나폴리가 레알 마드리드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역동적인 스타일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전술이었으며, 만약 상대가 나폴리만큼 공/수 전환이 빠르고 활동량이 왕성한 팀이었다면 사리 감독은 이러한 구상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레알 마드리드의 공/수 전환은 충분히 빠르지만 나폴리만큼의 활동량을 지니지 못했다. 전반전 스탯을 볼 때, 그들은 홈팀보다 약 5km를 적게 뛰었다.)



나폴리의 센터백 쿨리발리와 알비올의 1, 2차전 히트맵 비교


나폴리가 1차전에 비해 그들의 색채를 더욱 강하게 나타냈다는 증거는 센터백 쿨리발리와 알비올의 1, 2차전 히트맵이다. 1차전에서는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에게 계속 흔들려 페널티 박스 앞에서도 오래 머무르는 결과물을 뽑아냈다. 종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히트맵을 보여줬다. 반면 2차전에서는 한번에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며 흔들림 없이 경기를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후반전 라모스에게 첫 헤딩골을 실점하자마자 무너져버리며 총 3골을 허용하였지만, 이번 경기에서 나폴리가 90분 내내 좋은 집중력을 유지했다면 충분히 8강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격은 상대 수비 라인 높이에 따라


나폴리의 지난 1차전 공격 방식. 2차전에서도 공격 방식은 이와 비슷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방 압박에 따른 미드필더들의 위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라인은 수비 상황이나 상대 전방 압박을 대처하는 상황에서 큰 힘을 내주지 못하였다. 나폴리가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하고 있을 때 BBC 라인 중 한 선수라도 밑선으로 내려와 수비진 선수들을 지원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후방에서 넘어오는 롱 볼로 그닥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폴리가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전개해나가는 상황. BBC 라인이 앞선에서 수비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큰 힘을 발휘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나폴리의 빌드업 상황에서는 미드필더 라인이 앞선으로 전진하여 공격 진영에 힘을 불어넣어 줬다. 그리고 최후방 라인은 높게 형성하여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의 공간을 좁혔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러한 형식으로 앞선에서 수비를 진행하였는데, 이에 대한 나폴리의 대응책은 선수들 간의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미드필더/공격수들이 밑선으로 내려와 레알 마드리드 공격 라인을 수비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때문에 나폴리는 빌드업 상황에서 상대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을 공략하기 매우 쉬워줬고, 활동량이 매우 왕성한 홈팀 선수들은 이 공간을 절대 놓칠 리가 없었다. 때문에 나폴리가 수비 진영에서의 빌드업 상황에서 공격 상황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공격 상황에서는 위 '나폴리의 지난 1차전 공격 방식.'과 유사한 공격 진영을 형성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상대했다.


나폴리의 공격 상황 최종 단계에서의 선택지


나폴리의 이러한 공격 상황이 최종 단계에 다다르게 되면, 상대 수비 라인의 높이에 따라 공격을 진행하였다. 수비 라인이 높을 경우에는 메르텐스, 인시녜, 카예혼의 빠른 발을 이용하여 뒷공간을 공략했다. 반대로 낮을 경우에는 빠르게 중거리 슛을 시도해(수비 라인이 낮으면 선수 바로 앞 공간이 비교적 많이 나기 때문)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나폴리가 상대 수비 라인이 낮을 때 빠르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던 이유는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홈팀이 공격을 전개할 때는 수비 라인이 약 44~49m 지점에 형성되어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 진영에서 볼을 탈취한다면 크로스와 모드리치 같은 패스 스페셜리스트들을 이용해 상대 뒷공간을 공략할 공산이 매우 컸다. 때문에 빠른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여 못해도 골킥 상황을 만든 다음에(이것은 중거리 슈팅의 결과가 최악에 해당되는 경우. 충분히 골이나 코너킥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세컨볼 싸움을 하거나(상대 골킥이 롱 볼일 경우) 자신들의 전방 압박 상황으로 다시 유도해냈다.(상대 골킥이 짧은 패스일 경우) 나폴리는 전반전에 이러한 면에서 매우 압도적인 수치를 보여줬다. 세컨볼 경합 싸움에서 대부분 승리하였으며, 전체 13번의 슈팅 중 11번을 전반전에 기록했다. 



이번 경기 레알 마드리드 BBC 라인의 히트맵. 수비 진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c)squawka.com


이렇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나폴리도 결국에는 후반전 라모스에게 2골을 허용하며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세트피스는 전술의 영향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정신력의 싸움이다. 코너킥 세트피스 한순간에서 라모스에게 두 골을 허용한 것. 그리고 1, 2번째 실점을 하자마자 바로 무너져내려버린 것. 결국 승리하는 자는 홈팀보다 더욱 정신적으로 우수했던 원정팀 선수들이었다. 이것이 레알 마드리드가 진정한 강팀인 이유이다. 

8강 무대에서의 레알 마드리드는 어떨까? 그리고 이들은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빅이어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에 있어 이번 나폴리와의 일전은 이들을 다시금 발전하게 해준 중요한 발판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