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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햄-첼시] 첼시의 백3는 계속 진화한다.
병장 서현규 | 2017-03-07 22:13:30 | 1053



첼시가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향한 거의 모든 과정들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갔다. 10월 헐시티전 2-0 승리 이후 단 3경기만을 제외한 모든 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2위 토트넘과 승점 10점 차이다. 각국의 명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시즌 EPL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첼시가 이번 웨스트 햄전에서는 기존 백3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같되, 그간 이들이 지적받았던 단점들을 보완한 것이다. 한 층 더 강력해졌다. 이들의 경기력에서 발전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비록 슈팅 숫자, 볼 점유율, 공중볼 승리 횟수, 성공한 태클 수, 코너킥 시도 횟수 등의 거의 모든 면에서 홈팀보다 떨어진 수치를 보여주었고, 스코어도 압도적인 점수가 아닌 2-1이었지만 훨씬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낸 쪽은 원정팀 첼시였다.


-선발 명단에 큰 변화는 없었다.




첼시의 웨스트 햄전 선발 라인업


아무리 콩테의 백3가 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한들 선발 명단에 그리 큰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네마냐 마티치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경쟁하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 한자리를 뺀다면 선발 라인업의 유동성은 거의 없었다. 베스트 일레븐 11명 모두가 첼시 3-4-3의 색채에 딱 걸맞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공격시 1선과 최후방 라인의 연관성을 높인다.

이번 경기 공격시 첼시가 변화한 점이라면 최전방 1선 라인이 후방의 빌드업 과정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3-4-3은 기본적으로 3열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각 라인간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기존의 공격 형태에서도 아자르가 1선에서 내려와 2선과 최전방 라인을 연결해주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그 역할이 아자르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 공격 라인의 모든 선수들이 뒷선에서 이뤄지는 빌드업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공격시 최전방 선수들이 빌드업에 관여하는 방식과 생겨나는 이점들


후방에서 빌드업이 이뤄지고 있을시, 첼시의 공격수가 1선에서 내려올 때면 위 왼쪽 그림과 같이 나머지 두 공격수가 중앙으로 좁혀 오버래핑을 나온 윙백들과 함께 넓은 4톱을 형성하는 그림이 펼쳐졌다. (상대 진영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시) 아자르가 내려올 때면 코스타와 페드로가 2톱을, 코스타가 내려오면 아자르와 페드로로 구성되는 2톱을 형성했다. 다르게 2명이 내려올 때면 중앙에 삼각형 형태의 좁은 쓰리톱을 형성했다. 

콩테 감독이 이러한 구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첼시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없이도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히딩크 체제에서의 몇 경기나, 이번 시즌 레스터전처럼 첼시는 코스타 없이도 아자르, 페드로, 윌리안, 오스카와 같은 공격자원들만을 활용해 수준 높은 공격을 보여줬다. 때문에 코스타가 밑선으로 내려와 아자르와 페드로가 좁은 2톱을 형성한다 해도 이 두 선수는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무리뉴 체제에서의 첼시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코스타가 측면이나 밑선으로 빠질 때 중앙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명쾌한 공격적 포지셔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경기 첼시 공격 라인의 히트맵과 패스맵 (c)squawka.com


하지만 이 포지셔닝이 알맞게 이뤄지고,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 모두에게 첼시의 후방 빌드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할 것을 주문한 결과 더욱 좋은 공격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코스타는 탄탄한 체격으로 수비수를 등에 지고 볼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아자르와 페드로는 볼을 운반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때문에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이 진행될 시 이들은 매우 밑선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전방으로 끌고 나갔다. 이는 아자르가 지난 시즌 초창기 때 이미 한 번 수행했었던 역할이자, 첼시 3-4-3의 약점 중 하나인 상대 전방 압박에 대한 대처를 하기 위한 대비책이다.
 
또한 공격 라인이 내려오기 때문에 미드필더 라인과의 간격이 좁아져 중원 선수들이 앞선으로 패스를 공급하기 더욱 편해졌다. 전방으로 패스 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는 문제는 첼시 백3 초반기 캉테와 미티치가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을 때 일어났던 허점이었다.(물론 이번 경기에서는 파브레가스가 선발로 나섰지만) 또한 한 명의 공격수가 밑선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나머지 선수들은 중앙으로 좁혀야 하기 때문에 전에 비해서 알론소와 모제스의 공격 루트도 확실하게 열어줄 수 있었다. 

-측면 수비가 약하다는 약점을 상쇄시키다. 

첼시가 수비시에 지적받았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측면 수비가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수비시 측면을 약점으로 지목받았던 까닭은 크게 4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 백3와 백4의 유동적 전환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 상대의 빠른 역습에 비해 알론소와 모제스의 수비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활동량적인 측면보다는 이들이 한쪽 사이드를 모두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수비 위치까지의 먼 거리와 주력적인 까닭이 더 강함) ▲ 파브레가스가 선발로 나설 시 중원 영향력을 주로 캉테에게 의존했다는 것 ▲ 수비시 아자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 



첼시의 수비 전환 형태


때문에 첼시가 정상적인 측면 수비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면 양 윙백들이 윙어 자리에서 내려오는 '공격 → 수비 전환 단계'에 상대에게 슈팅을 허용하는 것이 아닌, 빠르게 '수비 단계'로 전환하여 경기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수비 단계에서는 코스타를 최전방에 둔 5-4-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오히려 백4 라인 보다 측면 밀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비 단계로 빨리 전환하기 위한 콩테의 '공격  수비 전환 단계'는 위 그림과 같이 이뤄졌다. 중원에 캉테와 파브레가스가 모두 위치할 시, 이 두 선수는 볼을 갖고 있는 선수를 빠르게 압박한다. 그리고 후방의 백3는 이들과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상대가 캉테/파브레가스와 첼시 센터백 사이 공간으로 공격을 전개할 시(상대가 캉테, 파브레가스의 압박을 탈피할 시) 빠르게 앞선으로 튀어나와 이들의 공격을 끊어냈다. 전보다 센터백들의 스토퍼 성향이 매우 강해졌다. 이러한 연쇄적인 압박은 결국 수비 단계로 전환하기 위한 지연 행위다. 미드필더와 센터백이 단계적인 압박을 거치는 사이 양 윙백들은 수비 진영으로 빠르게 복귀해야 하고, 상대를 어느 정도 지연했으면 5-4-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수비 단계에 들어갔다. (위 왼쪽 그림 참고)



이번 경기 첼시 수비 라인의 히트맵과 클리어링 맵 (c)squawka.com


핵심은 후방 백3의 스토퍼 성향이 매우 강해졌다는 것이다. 위위 오른쪽 그림과 같이 '공격 → 수비 전환'시 중원 수비 자원이 캉테 혼자뿐이라면 수비수들은 더욱 전진하여 오프사이드 공간을 넓혀야 하고, 우리 편 후방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들을 더욱 앞선에서 차단해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이 상태에서 물러선다면 공간만을 허용한 채 상대의 빠른 역습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우리 편 골대와 가까워진다면, 상대는 비어있는 측면 공간을 활용해 득점을 만들어낼 것이다. 

수비 라인의 히트맵이 첼시 진영 전체에 미치는 까닭도, 6번의 클리어링이 매우 앞선에서 이뤄진 까닭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 대부분 센터백들의 클리어링 80~90%는 박스 안에서 이뤄지고, 나머지 10~20%는 박스 바로 외곽에서 처리된다.)   


첼시가 웨스트 햄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진짜 우승으로 가기 위한 7-8부 능선을 넘게 되었다. 1위 첼시가 2위 토트넘을 승점 10점 차이로 따돌릴 때 토트넘과 6위 맨유의 승점 차이가 7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블루스가 압도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첼시의 황금시대를 열어준 콩테의 백3 시스템은 이번 경기를 기점으로 다시 진화를 거듭하게 되었다. 

콩테와 첼시. 그리고 첼시와 백3. 이들은 과연 어느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첼시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이 물음의 정답이 벌써 2달 앞으로 다가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