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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과르디올라의 여름 이적시장 - 전술적 방향성과 의도
병장 서현규 | 2017-06-16 21:10:17 | 1186




길고 짧았던 유럽의 2016-2017시즌도 드디어 막을 내렸다. 그리고 어느덧 다음 시즌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팀들이 세계 곳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축구계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간이 바로 지금이다. 각지에서는 축구 기사들이 쉴 틈 없이 올라오고 있으며, 축구팬들의 눈과 머리는 세계 이적 소식들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리고 이 기간 속에서, 최근 가장 핫 한 팀이 있다면 바로 맨체스터 시티다. 달력이 6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그들은 벌써부터 베르나르도 실바와 에데르손이라는 2명의 선수들을 공식적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선수들과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을 것이며, 공개적인 뉴스에 맨시티와 연결됐다는 내용으로 소개된 선수들의 숫자만 세어봐도 몇십 명이다.

공식적으로 영입된 베르나르도 실바와 에데르손, 그리고 맨시티와 강하게 링크가 나고 있는 여러 선수들을 통해 과르디올라의 다음 시즌 전술을 추측해보려 한다.

-맨시티 1시즌, 과르디올라의 최대 전술적 고민은 '윙백'

16-17 시즌 과르디올라의 전술적 포인트를 되돌아볼 때, 가장 주목해볼만한 부분은 양 윙백 자원들의 특징이다. 맨시티의 전문 윙백 자원을 콜라로프와 클리시, 사냐와 사발레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은 지금껏 맨시티의 측면을 굳건히 지켜왔지만 과르디올라 체제 아래에서는 윙백으로서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콜라로프의 경우 수비 진영에서의 볼 배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윙백보다는 센터백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센터백 20경기, 윙백 13경기 소화), 맨시티 선수단을 출전 시간 순으로 나열해본다면 클리시가 8번째, 사냐와 사발레타가 각각 14, 15번째에 위치했다. 그만큼 기존 전문 윙백 자원인 이 4명의 선수들이 과르디올라에게 측면 수비수로써 선택받는 빈도가 매우 낮았다는 뜻이다. 나바스와 페르난지뉴를 백4 체제의 오른쪽 윙백으로도 기용한 것, 그리고 이번 시즌 백3 시스템을 사용할 때 사네와 스털링을 양 윙백 자리에 배치시킨 것이 이에 대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가 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매우 적기 때문이었다. 4명의 선수 모두가 공격 진영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윙백들이 활발하고, 공격성이 뛰어난 오버래핑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양 윙어는 자연스레 중앙 지향적으로 활동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때문에 이번 시즌 과르디올라의 숙제 중 하나가 '윙어를 측면 지향적으로 활용한 상태에서 전술 구상하기'였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윙어를 측면 지향적으로 활용한 상태에서의 전술 구상 - 시즌 초반


시즌 초반에는 양 윙백들을 공격시 중앙 미드필더 진영으로 좁혀 활용했다. 이는 바이에른 뮌헨 시절의 전술 구상과 매우 유사했다. 양 윙백들이 좁혀 중앙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형성한다면 상대 수비진들도 그에 따라 중앙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비팀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측면에 공간을 노출할게 될탠데, 이 공간을 양 윙어들이 측면 지향적으로 움직여 공략했다.

문제점이라면 부분적으로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한 양 윙백들이 이 포지션에 적응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 이 역할을 소화한 선수들은 다비드 알라바와 필립 람이었다. 이들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윙백들인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역할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때문에 맨시티의 윙백들이 이 역할을 소화할 때 당연히 적응력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윙어를 측면 지향적으로 활용한 상태에서의 전술 구상 - 시즌 중반 ~ 후반


시즌 중반 ~ 후반에 활용한 전술 구상은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되, 좌우 미드필더 자리에 다비드 실바와 데 브루잉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궁극적인 역할은 필드 위 곳곳을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경기를 풀어주는 것이다. 맨시티가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때면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앞선으로 운반/배급을 해준다. 또한 측면에서 공격이 전개될 때면 사이드로 빠져 윙어들을 지원해줬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하프 스페이스(위 그림에서 검은색 선으로 표시된 공간, 측면과 중앙 지역 사이)를 위주로 활동하여 측면, 중앙 지역 모두를 향해 원활하게 볼을 배급할 수 있었다. 2명의 좌우 미드필더들이 공격시 중앙을 기점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펼쳐주니 양 윙어는 쉽게 측면 지향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필자는 실바와 데 브루잉의 이러한 역할을 '볼 운반자'라 칭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볼 운반자 중심의 전술이 16-17시즌 초반에 기용했던 '윙백의 중앙 미드필더化'보다 훨씬 나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전술에서도 여전히 문제점이란 존재했다. 바로 경기의 핵심 열쇠를 쥔 실바와 데 브루잉이 봉쇄당할 경우 맨시티의 90분이 완전히 꼬여버린다는 것. 그 대표적인 예시를 보여준 경기가 바로 모나코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었다. 모나코의 두 중앙 미드필더 파비뉴와 바카요코가 이들을 철저하게 마킹하여 공격적 전진(앞선으로 패스를 공급하거나 볼을 전방으로 운반하는, 볼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모든 공격 행위)을 완전히 통제해버렸다. 이 때문에 홈에서 5골을 넣었던 맨시티는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단 한 골밖에 득점하지 못했고, 실바와 데 브루잉의 봉쇄는 곧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직결됐다.

-현재로써 과르디올라가 이적시장에서 나아가야 할 전술적 방향

이 글의 작성 시점인, 2017년 6월 16일, 한국 시각으로 저녁 8시경을 기준으로 볼 때 맨시티가 공식적으로 영입한 선수는 베르나르도 실바와 에데르손이다. 이 중 모나코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데리고 온 베르나르도 실바의 경우, 과르디올라가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은 선수다. 

그는 왼발을 주발로 삼는 선수지만 자르딤의 4-4-2 시스템에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를 맡았다. 그는 드리블과 볼 소유 능력, 그리고 패싱과 골 결정력에 매우 큰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이 두 문장으로만 보자면 베르나르도 실바를 매우 중앙 지향적인 측면 자원만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는 중앙과 측면에서 모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윙어다. 자르딤 체제 아래에서 측면, 중앙 지향적 역할을 모두 소화했다.



베르나르도 실바의 낭트전 히트맵과 툴루즈전 히트맵 (c)squawka.com



때문에 베르나르도 실바가 17-18시즌 맨시티에서 윙어로 중용 받는다면, 과르디올라는 앞서 소개한 '윙어를 측면 지향적으로 활용한 상태에서의 전술 구상'과 윙어가 중앙 지향적으로 좁힌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술 옵션 모두를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후자의 경우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윙백의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나코에서는 화끈한 폭발력과 공/수 능력 모두를 겸비한 지브릴 시디베가 오른쪽 윙백을 맡았다. 현재 맨시티와 영입설이 매우 강하게 돌고 있는 카일 워커가 이 시디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맨시티가 오른쪽 윙백을 보강하는데 성공했다면, 공격시 '클리시 - 센터백 - 센터백'의 변형 백3 라인을 이루는, 왼쪽 윙백에 대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모나코의 왼쪽 윙백, 벤자민 멘디와의 영입설이 계속해서 나고 있다.)

극히 적은 경기에서 그렇겠지만, 만약 베르나르도 실바가 윙어로 뛰지 않는다면 전술한 '볼 운반자'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다비드 실바와 같은 광범위한 활동량을, 케빈 데 브루잉과 같은 뛰어난 피지컬도 갖추지는 못했지만 공격적 능력에만 국한되어 볼 때는 결코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94년생의 젊은 나이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도 있다. 때문에 맨시티가 수비를 완전히 걸어 잠그고 나오는 상대적 약팀과 경기하게 된다면, 또는 로테이션을 돌려야 할 상황이 찾아온다면 베르나르도 실바를 볼 운반자 역할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그리고 달력의 날짜는 6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르디올라와 맨시티는 과연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어떠한 선수들을 영입하게 될까?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과연 그들의 야망을 이뤄낼 수 있을까? 과르디올라, 그는 잉글랜드로 건너온 이후 벌써부터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다. 가지각색의 위대한 기록들과 감독으로써의 명성, 그리고 예기치 않는 패배까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